
12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사하기 전까지..
상을 받아본 적이 딱 한번 있었다.
장기 근속으로 인해 받는 상을 제외하고
업무상 성과로 인해 상을 받아본 것을 말한다.
당시 나는 상을 거부했었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진급에도 도움이 되고
금일봉도 주는 상을 왜 마다할까?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번째..
나는 큰 성과를 낸적이 없었다.
당시 상을 받는 것은 순서에 의한 것이었다.
저저번달에는 재무팀 A대리
저번달에는 생산관리 B과장
이번달에는 구매팀 C사원..
진급을 앞두거나
그동안 상을 받지 못한 인원들 위주로
상을 주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렇다할 성과는 없이
그냥 상을 받기 참.. 난처했다.
진급에 욕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두번째...
상을 받으러 나가기 두려웠다.
당시에 나는 심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대학시절 행사 MC로 이름을 날렸던 꼰동이가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실제로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무서워했고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과 같은
사람 많은 곳을 가지도 않았다.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 했다.

세번째
상을 받고 나서 상사의 생색을 보기 싫었다.
"내가 이번에 너 챙겨준 것 알지?"
"상 받았으니까 더 열심히 일해야지"
"어이 수상자~~"
이러한 말을 듣기가 싫었다.
솔직히 생각을 해보자.
그 상은 상사가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상사가 생색을 내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고작 20만원에 해당하는
금일봉을 받고 한턱 쏘라는
이야기도 듣기 싫었다.

네번째
내 성과에 대해서
내가 작성을 해야 했다.
위 첫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난 분명히 성과를 낸적이 없는데.
없는 성과를 꾸역꾸역 만들어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는 상사의 결재를 받아
인사팀에 제출을 해야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민망한 것이
내 업적을 내 입으로 자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민망한 내용을 상사의 검토를
받아서 인사팀에 제출하는 짓을
나는 하기 싫었다.

그렇게 위 4가지의 이유로 나는 상을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 팀장도 오기가 있었는지
나의 업적은 내 윗 선배에게 작성을 하라고 시켰고
한턱은 쏘지 않아도 좋으니
점심이나 한끼 사라고 했으며
공황장애는 약을 먹고
단상에 오르면 되지 않냐는 해결책을 줬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2번 먹는
공황장애 약을
그날 아침 다 털어 넣고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았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팀원들과 점심도 같이 하고
그날 하루는 그렇게 보냈다.
역시..
상사의 생색은 몇달은 갔다.
"내가 너 챙겨준 것 알지?"
"이제 일 가열차게 해야지.."
부상으로 받은 20만원..
다시 돌려줄테니..
그 입 좀.. 닥쳐주라..를
속으로 곱씹었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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