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에서 떨어진 나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당연히 붙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로 떨어질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친구들과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며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
1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놀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왔다.
나를 면접 본 팅장의 전화였다.
진동이 오는 그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사에 뭐 놓고 갔나?'
'혹시 재면접 보라는 이야기면 어쩌지?'
'다른 학원이라도 취업시켜주려고 하나?'
호흡을 3~4회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꼰동씨 안녕하세요. 저 A 사 XX 팀장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당연히 기억나죠. 어쩐 일로 전화를 다??"
"네 꼰동씨 이게 좋은 소식일지 안 좋은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원래 채용은 1명인데..
제가 부장에게 강력 추천을 해서
꼰동씨 뽑기로 결정 났습니다.
혹시 다른데 취업하신 거 아니죠??"
나는 뛸듯이 기뻤지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대답을 했다.
"네 아직 취업 전이긴 한데..
면접 전인 회사들이 몇 군데 있어서요..
내일모레까지 답변드려도 될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무슨 연봉 협상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마치 '나는 너희 회사를 골라서 가는 거야'라는
느낌을 주는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 네 그럼요..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채용 취소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나는 다음날 오전에 바로 전화를 했다.
1주일 뒤에 입사를 하면 된다고 전달받았고
그 팀장은 머뭇 머뭇거리면서 한마디 던졌다.
"꼰동씨.. 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 내 남자는 꼰동씨와 저 이렇게 둘뿐이고
20명이 넘는 강사들은... 다 여자입니다.
좀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꽃밭에서 일하면 그런 느낌일까요??라고
맞받아치며.. 허허허 웃어넘겼지만..
당시 그의 말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1주일 뒤 ..
나는 캐리어를 준비해서
그동안 인터넷으로 찾아놨던 고시원들을 돌아다니며
방을 구했다.
독산동 쪽에 월 27만 원짜리 방이 있었고,
침대를 빼고 대각선으로 누우면 꽉 차는 그런 방이었다.
대망의 첫 출근일..
나는 사원증을 받고,
기존 선배 강사들에게 대회의실에서 인사를 했다.
확실히 인터넷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외모들이 대단했다.
학벌은 중상위권 대학 출신들의
지성과 미모를 갖춘 강사분들이었다.
번외로 더 말하자면
여기서 퇴사한 30대 여강사가
이직한 곳이 해외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이직했다.
그 정도로 기본 외모와 기본 스펙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여자 강사분들만 계셔서 그런지
사무실은 항상 좋은 향기로 가득했고
그래도 어린 남자 막내라고
나에게 매일 간식거리와 먹을 것을 챙겨줬다.
퇴근 후 혼자 고시원에 가는 나에게
자기들끼리 술 마시러 갈 건데 같이 가자고 하고
저녁도 같이 먹어주고
텃세나 갈굼..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
다들 너무 잘해줬다.
이때까지만 했어도 정말 평생직장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배 강사들과 친해지면서
그 단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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