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했다.
그냥 잘했다.
대신에 그만큼 말실수도 많이 했다.
통계학 상 모수가 많아지면 확률이 높아지듯이
뱉는 말이 많아질수록 말실수도 많았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는 나의 말실수로
친구들과 주먹다짐도 많았다.
특히 임기응변과 중상모략에 대가였다.
마음만 먹으면 복숭아나무 아래서
형제를 맹세했던 유비 관우 장비도
한순간에 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사회에 나오니
이러한 말 잘하는 사람이 쓰이는 곳은
많았다.
영업관리 담당자로서 웬만한 고객 구슬리는 것은
신적으로 탁월했다.
고객의 컴플레인이 와도 10개 중 6~7개 정도는
내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이 날 좋아했던 이유는..
바로...
본인들의 개인 불만 사항 처리를
내가 해줬기 때문이다.
환불, 교환, 연기 등등
웬만한 건 내가 다 처리해 줬다.
심지어 3~4명을 모아 놓고
욕 한번 안 하고
화 한번 안 내고
조곤조곤 본인들의 원하는 무언가를
따내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도 있다.
그중에 썰을 시리즈 별로 풀어보고자 한다.
대학생 시절 나는
학원에서 강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신생 학원이었고
면접을 보면서
나의 언변에 놀랐는지
원장은 바로 나를 실장 자리에 앉혀줬다.
그전에는 과외를 제외하고
학원 경력은 전무하였지만
그렇게 나는 첫 사회생활 시작이
'실장' 이었다.
어느 날 학생 하나(우성이)가 세상이 무너져라
울면서 학원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물어봤더니
학교 선생님께 닌텐도 DS를 뺏겼다는 것이었다.
아..
가끔씩 그 녀석이 학원에 들고 오면
나도 하던 거였는데...

언제 주실 예정이냐고 물어보니
선생님이 6학년 올라가는 시즌에
주기로 말씀하셨다고 했다.
4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싶었지만
4개월 뒤...
우성이가 나에게 왔다.
선생님이 그 닌텐도 DS를 캐비닛에 넣어뒀는데
잃어버리셨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네가 학교에 그런 거 가져와서
잃어버린 것 아니니?"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간략하게 그 우성이의 집안 사정을
언급하자면
한 부모 가정의 아이로
아버지는 철학관을 운영하셨지만
잘 안되시는 상황이었다.
우성이가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서
컴퓨터는 비싸고
닌텐도 DS를 큰마음 먹고 사주신 건데
그걸 학교 선생님께 압수되었고
그 압수된 걸 잃어버린 것이다.
물론 5학년 학생의 말만 100% 맹신하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선생이
잃어버렸으면
찾아주든지
사주든지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 것인가?
우는 우성이를 달래고
이 꼰동실장님이 찾아주겠노라 약속했다.

1차 행동 개시
학교에 전화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성이 담임 선생님과
통화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전화받은 선생님은 우성이 담임 선생에게
내용을 전달하여 나에게 전화를 주기로 했지만
전화를 주지 않았다.
가뿐하게 무시를 당했다.
2차 행동 개시
다음날 교장실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해결을 해주셨으면 했지만
교장은 이런 일로 교장을 찾아오냐며
싸늘하게 날 내쫓았다.
이런 일이라..
당시 닌텐도 DS의 가격은 15만 원
15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인가?
그리고 당신네 선생이
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일단 자초지종을 확인 하는 것이
맞는 프로세스 아니었던가??

진심으로 3차까지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3차 행동을 개시했다.
가뿐하게 교육청의 전화를 했다.
내 이름과 연락처
다 밝히고
단지, 속인 것은
우성이의 동네 삼촌이라고 했다.
뭐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거짓말은 아닌가??
여하튼 전화를 받은 교육청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옆에서 우성이에게
울고 있으라고 했다.
왠 남성의 컴플레인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하모니로 울려퍼지는 전화를 받은
교육청 직원은 당황한듯
확인해 보겠다고 전화를 끊었고
15분 뒤
우성이네 학교 교감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연신 죄송하다는 교감선생님께
나는 괜찮으니 우성이에게 사과후
변상조치만 해달라고 했다.
그 다음날
우성이는 웃으며
선생님이 닌텐도 DS를 주셨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 건을 해결했다.

조금 씁쓸하긴 했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잃어버렸으면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변상을 해주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지만
그 선생이 배상하지 않고
그것을 큰 문제로 만들어
나도 더 크게 일을 벌였다.
그렇게 나는 해결사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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